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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정보]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라

  • · 작성자|좋은마음센터 서울동작
  • · 등록일|2016-01-22
  • · 조회수|1388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를 탓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딴 건 제쳐두고 공부나 하라고 다그치는 것만이 최선일까? 먼저 아이의 감정을 헤아려보자. 아이를 바로잡는 것은 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왜 학원에 안 가고 그러고 있니!’
‘엄마가 묻는데 왜 대답이 없어? 내 말이 말 같지 않니?’
‘집에서 왜 뛰어다니니! 그러지 말라고 했지!’

아이가 있는 집에서 흔하게 오가는 대화 중 하나다. 엄마는 맘 같지 않은 아이를 무작정 나무라며, 꾸지람을 들은 아이는 한층 굳건해진 반항심으로 대들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자식 또는 사제 간의 신뢰나 유대감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최성애 감성코칭 전문가가 ‘감성코칭’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동’을 꾸짖기 전에 ‘감정’을 먼저 이해하라
감정코칭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인 행동에는 명확한 한계를 두고 그 안에서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그 행동을 유발한 감정을 먼저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감정은 날씨나 색깔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런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 혹은 선생에게)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로 행동을 수정받다 보니 자기감정을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것에 굉장히 서투르죠. 남이 이래라저래라 하면 본인의 감정적 의사와 상관없이 거기에 솔깃하거나 억지로 끌려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감정을 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죠.” 최성애 박사는 행동을 교정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네 감정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란다’라고 접근해야 합니다.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죠. 그럼 아이들은 내가 화가 날 수도 있구나, 속상할 수도 있구나, 신 날 수도 있구나, 지금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나쁜 게 아니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 그런 다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행동)에서 한계를 그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행동부터 규제하면, 아이로 하여금 감정을 억누르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 폭발할 수 있어요.”이러한 감정코칭이 필요한 실례를 하나를 꼽아보자. 아이가 과제를 하지 않고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그런 자녀를 발견한 부모는 일순간 화가 나며 잔소리 또는 체벌로 아이를 나무란다.

“일반적으로 부모(또는 교사)는 아이의 행동을 먼저 봅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지? 잠자는 시간이 아니니까 똑바로 앉아서 공부해!’라고 하며 행동을 수정하려고 해요. 그러면 아이는 더 못 들은 척하거나 아주 반항적인 행동을 하게 되죠. 근데 만약 그때 엄마가 ‘아이가 어딘가 불안 하구나’ 하고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무슨 불편한 상황이라도 있니?’ 하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생리통이 있었을 수도 있고, 친구에게 상처 받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무조건 나무라기 전에 먼저 입장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엄마(또는 선생님)가 나를 배려해주는구나, 존중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돼요. 근데 그런 것 없이 행동(교정)에만 초점을 둔다면 부모 자식 간의 유대나 신뢰가 형성될 기회는 전부 깨져버리죠.”

이 같은 감성코칭의 중요성에는 심리학적 이유가 뒷받침된다. 과거의 심리학이 정신분석이나 행동주의에 중점을 둔 반면 최근의 심리학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인지와 정서에 치중하고 있는데, 특히 지능을 관장하는 데에는 IQ보다 정서지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이미 수차례의 연구 결과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서지능은 자기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사람일수록 더 높다.“뇌과학적으로 봤을 때 청소년기는 이성, 논리, 합리를 관장하는 전두엽이 미숙한 상태예요. 감정의 덩어리라고 볼 수 있죠. 감정을 느끼긴 느끼는데 그것이 뭔지 잘모르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요.

그렇기에 (그릇된 표현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죠. 언어만 하더라도 집에서 쓰는 언어와 학교에서 쓰는 언어가 상이하잖아요? 부모들은 우리가 자랐던 세대의 학교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요즘 애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지 이해하고 반응할 필요가 있어요.”결국 감정에 미숙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잘 인식하고,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주변 어른들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 또한 잘 읽고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정서지능과 직결되고 지능과도 연계된다.

“예전에 비해 많은 학부모들이 감정코칭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해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감정이 뭐가 중요하냐’, ‘감정은 일종의 사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이제는 교육이라는 개념을 인지개발, 즉 많이 배우고 빨리 배우고 남보다 더 잘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돼요. 인지개발이 되려면 그 밑에 탄탄한 감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통합이 안 되면 우울, 불안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요. ‘감정은 나중 일이고 일단 공부부터해라’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랍니다.”
 

“ ‘감정은 나중 일이고 일단 공부부터 해라’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랍니다.”


 

감정코칭의 5단계

Step1 감정을 포착한다
보편적으로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은 일곱 가지다. 기쁨, 슬픔, 놀람, 분노,경멸, 혐오, 공포가 그것. 때로는 슬프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수치심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등 여러 감정이 복합되기도 한다. 기쁘다, 슬프다, 화나다 같은 기본 감정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그 외의 표정들은 문화나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자녀의 감정을 포착하려면 다양한 표정을 읽는 연습도 해야겠지만, 더욱 확실한 방법은 아이에게 직접 묻는 것이다.

아이에게 감정을 물을 때는 특정 감정을 콕 집어서 ‘너 지금 화났지?’, ‘너 지금 속상하고 당황스럽지?’ 식으로 묻는 건 좋지 않다. 아이가 ‘아뇨’ 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는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이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아이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입을 연다.


Step2 강한 감정을 표현할수록 좋은 기회다
아이가 강한 감정을 보일 때 회피하거나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자. ‘쟤 또 저런다. 쯧쯧’, ‘도대체 몇 번째야?’, ‘호되게 한번 혼이 나야 정신 차리지!’ 등의 반응은 서로에게 안 좋다. 이럴 때 감정코칭을 하면 그동안 속을 알 수 없었던 아이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아이가 과격한 반응이나 무반응을 보인다면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을 하는 것이 좋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러니?’, ‘너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너를 좀 더 이해하고 싶구나’, ‘네가 그렇게 느낄 만한 상황이 있었을 텐데, 말해줄 수 있겠니?’ 등의 화법으로 일단 아이를 진정시켜주자. 아동심리학자 하임 기너트에 따르면, 아이들에게는 원초적으로 불안감(부모가 자신을 버리면 어쩌나 하는 느낌)과 죄책감이 있다. 아이들은 선악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분별력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른이 화를 내거나 꾸짖으면 자기 탓인 것 같아서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기너트 박사는 아이들의 감정을 읽으려면 ‘검사’보다 ‘변호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와 한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Step3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한다
비로소 부모가 아이에게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단계다. 코칭의 기본 도구는 대화(소통)인데, 그 핵심이 바로 경청과 공감이다. 단, 감정은 받아들여주되 행동을 받아들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물론 공감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들은 대개 상대방의 말에 빨리 답하고 고민과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문제를 별것 아니라 치부해버리기 쉽다. 아이가 어떤 문제에 대해 얘기해왔을 때 그 문제를 축소하거나 충고부터 하려는 태도는 지양하자. 우선 아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질문은 상대방이 여러 가지로 답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할 것(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 일에 대해서 더 말해줄래?, 그래서 넌 어떻게 됐어? 등). 또,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성급하게 ‘이런 감정이구나’하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Step4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 ‘이런 감정이 억울함이구나’, ‘이런 감정이 서운함이구나’ 하고 명료하게 알 수 있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억울할 때는 이렇게 하면 되지’ 하는 식으로 대처 능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가정하자. 엄마는 ‘학교를 왜 안 가!’라고 하는 대신 ‘무슨 일로 학교에 가기 싫은지 얘기해줄 수 있겠니?’라고 하는 것이 더 좋다.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화가 났다고 대답하면 거기서 그치지 말고 어떤 일로 화가 났는지, 언제부터 화가 났는지 등을 좀 더 물어본다. 그럼 아이가 이런저런 상황들을 이야기할 것이고,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면 아이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Step5 바람직한 행동으로 이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평가와 해석, 그리고 분별력과 판단력 등에서 어른보다 부족하다. 따라서 청소년기 아이들을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하고 방관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아이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주되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해결책을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네가 가장 원하는 결과는 무엇이니?’, ‘그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다.
 

/여성조선
취재 김가영 기자 사진 셔터스톡 자문 최성애 심리치료사·감정코칭협회 회장 참고서적 <최성애·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해냄)